2014년 새해 제주여행(1)

2014년에는 한라산에서 새해일출을 보고 싶어져서 10월말 비행기티켓을 예매했다. 그런데 2014년이 다가오자 귀찮아졌다. 그다지 보고싶지 않았다. 새해일출을 안볼거면 굳이 제주도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 공부도 너무 잘 되고 있어서…

2013년 12월 31일. 그래도 한 번도 안해봤으니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처음 예정대로 가기로 했다. 그닥 땡기지 않은 여행이어서일까? 공항에 늦게 도착했다. 비행기 떠날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다. 어차피 이것저것 예매한 게 많아서 지금 취소해도 7만원이 날아간다. 급하게 편도 티켓을 구입해서 제주도에 갔다.

공항에서 예하게스트하우스로 가는 버스가 20분이나 안온다. 택시탈까 고민하다가 비행기값을 생각해서 기다렸다. 예하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이 많이 오는 게스트하우스인데, 작년부터 중국인들이 많이 늘었다. 대게 서양인이 많았는데 중국인이, 그것도 단체로 와버려서 좀 시끄럽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스트하우스다.

도미토리에 가니 33살 경상도 사람과 미국에서 온 23살 엔지니어가 있었다. 내 차림을 보고 내일 등산할 거냐고 묻는다. 일출보러 가려고 했는데 좀 귀찮아져서 고민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인이 산낙지를 먹고 싶다고해서 같이 산낙지식당에 갔다. 미국인이 산낙지를 우리보다 잘 먹는다. 토막친 산낙지를 보니 좀 실망한 눈치다. 이 친구는 한마리를 통째로 젓가락에 돌돌 말아 먹으려고 했는데, 토막난 걸 보니 먹는 재미는 없는 모양이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서 등산 일정을 결정해야 했다. 다른 방에 묵는 아저씨가 새벽에 성판악으로 가신다길래 나도 그 때 가기로 했다. 새벽 1시 반에 출발하려면 잠을 자두어야 하는데 미국인 친구와 얘기하다보니 9시가 넘었다. 안되는 영어로 하려니 좀 답답하긴 했는데, 이 친구가 센스가 있어서 꽤 많은 얘기를 했다. 내 평생 외국인과 가장 많은 대화를 했다.

9시 반에 잠들었다가 11시 반에 깼다. 잠이 안온다. 새해 카운트다운이나 하려고 로비에 갔더니 미국인 친구를 포함해서 10명쯤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창하게 카운트하나 기대했는데, 연기대상 시상식 중에 잠시 카운트다운 하는 거 보고 같이 박수쳤다. 좀 더 자고 싶어서 다시 올라갔지만 배고파서 다시 내려왔다. 가져간 인스턴트 팥죽을 먹고 얘기하다보니 어느 덧 1시다. 짐을 가져와서 로비에서 등산 준비를 했다.

1시 반. 택시타고 성판악으로 출발. 2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차들이 길가에 세워져있었다. 사람이 꽤 많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하니 사람이 더 많아보인다. 길은 좁아지고, 사람은 더 많이지는 거 같고.

진달래대피소에 4시 40분에 도착했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잠시 정비를 하고 5시 40분쯤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다. 너무너무 많다. 느린 사람을 좁 앞질러 가서 간신히 일출 전에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너무 춥다. 내 평생 가장 쎈 바람이 눈으로 나를 할퀴는 느낌이다. 눈을 뜨기도 힘들다. 그리고 아저씨도 놓쳤다. 또 나중에 기록을 보기 위해 아이폰에 트래킹 로그 앱을 실행시켰는데 배터리가 다 되서 아이폰이 꺼져있었다. 날씨가 너무 춥고, 산이라 신호잡느라 배터리소모가 많았나보다. 결국 7시 30분에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찮다. 사람이 너무 많다. 너무 너무 많다. 게다가 내려가는 길에 다행히 구름 사이로 해가 뜨면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길이 막힌다. 나도 몇 컷 찍었지만 이번 일출 등산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사람들을 피해 부지런히 내려갔음에도 10시 반이 되어서야 성판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5월달에는 6시간, 2월달에는 7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9시간이나 걸렸다. 다시는 새해에 일출보러 여기까지 오지 말아야지.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김치찌개 한 그릇을 먹고 러브랜드로 갔다. 혼자 온 사람은 나 밖에 없었지만 나름 재밌게 구경하고 잘 놀았다. 성인용품 전시된 것 보고 많이 웃었다. 대박이다. 판매도 한다. 사고싶었지만…;;;

러브랜드에서 나와서 근처에 있는 넥슨컴퓨터박물관에 갔다. 1층에는 세계에 6대 밖에 없다는 작동하는 애플I 도 있고, 애플에서 제대로 만든 컴퓨터인 애플II도 있다. 여기에는 스티브 워즈니악이 사인을 했다. 박물관 만들면서 고증받기 위해 초청했을 때 사인을 해주었다고 한다. 2층부터는 오락실이 있다. 80년대 일본에서 만든 각종 게임기들이 있다. 무료로 실컷 할 수 있다. 동작인식을 하는 최신 게임도 있다. 꼬꼬마들이 많아서 나는 두어개만 하고 나왔다. 일행이 있었으면 레스토랑에도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어렵게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예약한 한라산게스트하우스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첫날과 둘째날은 이렇게 정신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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