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기획자가 알아야 할 서비스 글쓰기의 모든 것’을 읽고

예전부터 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이번 주말에 읽었다.

참고로 내가 읽는 책은 2013년에 나온 초판이고, 올해(2016년) 2월에 개정판이 나왔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개발 전문회사는 아니지만, 업무 때문에 윈도우즈용 프로그램을 종종 개발한다. 그래서 매뉴얼도 함께 만들어야 하는데, 윈도우즈 UI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아.

이 책은 IT전문기업에서 테크니털 라이팅을 하는 분들이 쓴 책이라 그런 부분에 있어 배울 게 많았다. 글쓰기 책이라는 점에서 기존 책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지만, UI 표기 방법에 대한 설명은 이 책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마우스와 관련된 설명이 그렇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나도 이 UI 규칙을 따르기로 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슬래쉬)의 용도이다. 가운뎃점과 어떻게 다른지 몰랐는데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가운데점이 동등한 레벨의 항목들을 이어놓은 것이라면, /(슬래쉬)는 대립 또는 대응하는 것을 표현할 때 쓴다. 예를 들면 ‘클라이언트/서버’, ‘On/Off 스위치’ 같은 것을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11. 쉽게 쓴다'(34페이지)에서 ‘POP3’ 대신 ‘외부 메일 프로그램’이 좀 더 의미가 통한다고 했는데, 주변 사람에게 ‘외부 메일 프로그램’이라고 얘기했을 때 이걸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윈도우즈에서 가장 유명한 메일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인 아웃룩도 POP3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누군가에서 설정 방법을 물어보거나 구글링을 할 때로 POP3로 검색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글이라고 다 이해하기 쉬운 것도 아니고, 한글이라고 전문 용어가 쉽게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이 책 초반에 저자들의 견해이지 이 책의 내용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내 입장에선 좀 아쉽다.

이 외에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기억할 줄 알고 메모를 안했는데 하루 지났다고 기억이 안난다;;;

생각났다;;;

’13. 높임말을 쓴다(38페이지)’를 보면 이런 예가 나온다.

나쁜 예: 계속 이용하시려면 아래 변경된 약관 내용을 확인하시고 약관 변경에 동의하셔야 합니다.

좋은 예: 계속 이용하려면 아래 변경된 약관 내용을 확인하고 약관 변경에 동의하셔야 합니다.

이용하고 확인하고 동의하는 주체는 동일한 사람인데 왜 동의하는 것만 높임말을 써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혹시 ‘동의해야’인데 오타인가 싶어 이 책의 정오표를 봤지만 오타가 아니다. 나는 그냥 ‘동의해야’라고 쓰겠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책 쓰는 분들이나 출판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 맞춤법은 다 걷어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맞춤법은 도대체가 이럴 실생활에 쓸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책에 굳이 담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그리고 사이시옷도. 그냥 한국어 맞춤법, 문법 검사기 쓰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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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4

  1. yihoze 응답
    16/12/16

    높임법을 쓸 때 여러 동사가 나열된다면, 모든 동사에 존칭 어미 “시”를 붙일 필요가 없고 마지막 동사에만 붙여도 충분하다는 뜻이겠죠. 나는 높이법 자체를 좋아하지 않지만.

    슬래시의 용법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시카고 스타일 매뉴얼은 여러 용법을 소개하는데, 우리가 익힌 알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his/her” 같은 “대체 가능한 것”이죠. 격식없는 (informal) 글에서는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겠지만, 우리글에서도 영어 글에서도 격식을 갖춘 글에서는 슬래시를 좀처럼 사용하지 않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슬래시의 사용을 좋아하지 않고, “km/h” 같은 단위에서만 사용하려고 합니다. 싫어하는 이유는 이게 문장부호라고 보기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마침표, 따옴표, 쉼표 등, 저마다 문장의 전체적인 이해를 돕는 고유한 기능이 있는데 슬래시는 문장 단위에서 기능하지 않고, 대표적인 기능이 무엇이다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같은 수준의 부호들로 볼 수 있는 것이 en dash 따위인데 그것들은 슬래시에 비하면 기능이 뚜렷하죠.

    “s/w” 같은 것은 내가 극단적으로 싫어하는데, 이것은 외국인보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남용하고 있죠. on/off는 수용할 만한 용법이지만 서버/클라이언트는 문맥에 따라 부적절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맞춤법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맞춤법에 맞게 표기한다는 것은 우리말을 그만큼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죠. 예를 들면, “한 번”은 one time을 의미하지만 “한번”은 “시험삼아”를 의미합니다. 번역사가 이런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비록 맞춤법 표기가 틀렸더라도 문맥을 온전히 이해했다면) 더 잘 번역하겠죠.

    내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의 UI에 “페이지 당 행수”가 나오는데 “페이지당 행 수”가 맞습니다. “당”은 띄어써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지만 “행수”는 혼란을 일으켜서 다만 몇 초라도 이해를 지연시킬 겁니다. 그런 오류들이 많이 쌓인 경우를 상상해 보면 맞춤법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 에드 응답
      17/02/01

      높임법은 설명을 듣고나니 이해가 됩니다. 저 역시 그냥 이건 쓰던대로 쓰고 싶습니다.

      슬래시의 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군요. 저도 슬래시는 잘 쓰지 않는 편인데,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말씀 참고하겠습니다.

      맞춤법이 중요하긴 한데 제 생각에는 너무 복잡하고 요상합니다. 국립국어원 설명이 쏙쏙 이해되지도 않고… 그래서 그냥 맞춤법 검사기에 의존하자는 생각이었는데, ‘한 번’과 ‘한번’이 다르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어서;;; 고민되네요. 맞춤법 검사기가 이런 것까지 잡을 수 있을지…

      설명을 듣고나니 어떻게 할지 다시 고민을 해봐야 겠습니다.

      ‘해봐야 겠습니다’도 띄어쓰기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는데 찾아볼 생각을 안했습니다.

      아무래도 공부를 좀 해야하나 봅니다;;; ㅋ

  2. yihoze 응답
    16/12/16

    on/off를 대립이나 대응으로 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또는”이라고 봐야 합니다.

    • 에드 응답
      17/02/01

      선택지가 2개인 경우에 쓰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이거 아니면 저거’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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