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8 12:12

생각지도 못한 고마움

올해 졸업반인 나.

컴퓨터를 공부하지만,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창피한 일이지.

취업한 실력은 안되고, 공부는 하고 싶고 해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 내일은 교수님 면담.

그런데 오늘 과사 조교님한테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들었다.

어떤 교수님이 나를 대전의 한 업체에 추천을 해주셨다고 한다. 그것도 정규직이다!!!

어떤 교수님인지 여쭤보니 2학년 1학기 때는 C++을, 2학년 2학기 때는 MFC를 가려치셨던 교수님이다. 과에서는 재미없는 교수님으로 유명하시다.

3학년 이후로는 이 분 수업을 들을 일이 없어서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만 드리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분이 내가 졸업할 때가 되자 나를 대전에 나름 괜찮은 업체에 정규직으로 추천을 해주셨다니...!!!

이런 고마움은 전혀 기대도, 생각도 안했다.

학부과정에서 만나는 많은 교수님들 중에 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분이 나를 잊지 않고 챙겨주셨다니 어찌 감사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 더 죄송한 것은 그 교수님 수업이 재미없다고 다른 애들이 흉내내며 우스개소리로 얘기할 때 나도 함께 했다는 것이다.

내가 실력이 미천하여 그 업체에 가기는 포기했으나(아마 면접과정에서 퇴짜 맞을 것 같다), 내가 그 업체에 가게 되면 그 교수님한테 욕먹이는 짓이 될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고마움이다.

이런 고마움...

떠올려보면 과거에도 나를 잘 챙겨주시던 선생님이 여러 분 계셨다.

중학교 1학년 때 학원 다닐 때... 집안 형편 때문에 학원을 그만둬야 했는데, 창피해서 학원에는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만둔다고 했다. 학원 원장님과 수학을 가르치시던 부원장님이 한달 동안 집에 전화를 하셔서 계속 보내라고 하셨다. 나는 '학원이 수입이 딸리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시기에 학원을 그만 둔 친구에게 "너한테도 계속 나오라고 전화했었냐?" 라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하더라...

중학교 3학년, 학원 다닐 때...이 때도 원장님과 수학가르치시던 선생님, 영어가르치시던 부원장님이 계속 전화하셨다. 부모님이 힘들게 맞벌이하던 때였다. 어느 날 엄마가 "너 학원 계속 다녀야 돼?"라고 지나가는 듯이 물어보셨다. 형편 때문에 그러는가 싶어 "꼭 안다녀도 돼."라고 무덤덤하게 말하며 그 달에 학원을 그만 두었다. 공부가 너무나 잘 되고, 학원 친구들과도 재밌게 놀던 터라 많이 아쉬웠다. 어느 날 아쉬운 데로(ㅆ 눈물나네) 고급수학 문제집을 사들고 집에 왔는데, 손에 안잡히더라...

내가 중1 때, 혹은 중3때 학원을 계속 다녔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지금도 자주 한다. 자퇴하고 갈피 못하고 쳐놀고 있을 때...이 나이 먹도록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 마다 그 때 생각이 난다.

ㅆ 얘기가 왜 이리로 흘러;;;

결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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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꼬부기 2008/08/29 11:13 address edit & del reply

    헐.....박XX교수님이.................

    가시지 그러셨어요 ㅠㅠ

    • 에드 2008/08/29 20:27 address edit & del

      내가 내 실력을 아는데...ㅋㅋ
      근데 뭐 그냥 이 학생 저 학생 알아보다 추천한거래. 뭐 딱히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ㅋㅋ

  2. 비밀방문자 2008/09/22 11:33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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