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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주 여행(5월 4일)

올해도 제주도를 다녀왔다. 계획한 여행이 아니고 회사에서 5월 4일이랑 5월 8일 특별한 일 없으면 쉬라고 해서 제주도를 갔다. 제주의 5월은 프라임 계절이라고 생각했는데, 역대 최악의 날씨와 최악의 미세먼지였다.

아무튼 늦게나마 여기에 정리한다.

5월 3일.
저녁 6시 비행기인데 1시간 가까이 연착되서 밤이 되어 제주도에 도착했다. 오늘 숙소인 예하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9시가 훨씬 넘었다. 내일 새벽 한라산 관음사 코스로 콜 택시를 예약했다. 2010년부터 거의 매년 들르는 게스트하우스인데, 처음으로 한 스탭 때문에 조금 당황했다. 여태껏 늘 친절한 인상만 주던 곳이었는데… 아무튼 오랫동안 근무하던 분이 안 보이니 조금 서운하다.

5월 4일.
간식이라곤 작은 생수 2병 밖에 없다. 관음사 코스 입구에 가면 뭘 팔겠지. 하고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너무나 휑하다. 등산객도 거의 없을 뿐더러 관음사 입구 가게도 문을 열지 않았다. 후딱 백록담까지 오르고 진달래 대피소가서 먹으면 되겠다 싶었다.
왠걸. 힘이 하나도 없다. 어제도 제대로 된 밥은 못 먹고, 공항에서 햄버거 먹고, 라운지에서 간식 좀 먹고,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은 게 전부다. 힘이 들기는 커녕 배가 고파서 오를 수가 없는 지경이다. 게다가 밤새 잠꼬대 하는 사람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눈도 감긴다. 큰일났다.
꾸역꾸역 오르는데 속도가 안 난다. 자꾸 멈추어 쉰다. 진짜 내려가고 싶다. 헬기 부르고 싶다. 그리고 점점 추워진다. 삼각산 대피소에서 고작 물 몇 모금을 마셨다. 옆에 아가씨 두 명이 왔다. 간식을 먹는다. 한 입만 달라고 하고 싶었다. 초코바가 너무 너무 먹고 싶었다. 하지만 겁나 시크한 척 하며 바람막이 점퍼만 입고 자리를 나섰다.

속도가 안 난다. 너무 배고프다. 이젠 졸립기까지 하다. 자고 싶다. 젠장. 아까 대피소에서 봤던 아가씨 둘이 나를 앞질렀다. 초코바 하나만 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아직 덜 고팠나보다. 그렇게 아쉽게 아가씨들을 그냥 보냈다.

갈 수록 힘들다. 한 걸음 떼기가 너무 힘들다. 위에서 중년 부부가 내려온다. 최대한 불쌍한 티 안내면서 간식 좀 달라고 했다. 아, 이렇게 얻어먹을 거라면 아까 얻어먹을 걸. 나는 바보다.

자유시간 2개를 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하나는 바로 먹고 하나는 킵했다. 배로 단 게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살 것 같다. 여전히 힘은 안 나지만 좀 살 것 같다. 물은 있냐고 물어보시기에 차마 물 까지는… 작은 병 하나 밖에 남지 않았지만 물은 괜찮다고 했다.

자유시간을 먹으면서 올라갔는데 하나 다 먹고 나서 킵 했던 자유시간도 마저 먹어버렸다. 이래서야 킵했다고 할 수 있으려나. 아무튼 나는 킵할 만큼 여유가 없었다.

2개를 다 먹었는데도 힘이 안 난다. 배도 여전히 고프다. 또 중년 부부가 내려온다. 또 먹을 것 좀 달라고 했다. 자유시간 하나와 달달한 과자를 주셨다. 중년 부부들은 자유시간을 좋아하나보다.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며 다시 걸었다.

처음 출발할 때는 하늘이 좋았다. 다만 정상 부근에 구름이 잔뜩 껴서 백록담은 일치감치 포기했다. 그런데 정상에 올라갈수록 이슬비같은 비 같지도 않은 비가 내린다. 그런데 바람이 엄청 불어서 이 비를 무시할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무거운 DSLR을 배낭에 넣고 새로 산 이쁜 선글라스도 배낭에 넣었다. 정상이 가까울 수록 비바람이 거셌다.

백록담 도착. 이 와중에 동료와 함께 온 사람들은 단체 사진을 찍는다. 주변이 하나도 안 보이지만 열심히들 찍는다. 나는 시간을 기록하기 위한 사진만 하나 찍고 바로 내려왔다. 게다가 엄청 추워서 오래 있을 수도 없다. 장갑 안 가져온 것을 후회할 정도로 추웠다. 산에서 주머니에 손 넣는 것은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손이 너무 시려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엄청 빨리 내려갔다. 아까 잠깐 봤던 아가씨 두 명도 내려가고 있다. 나는 춥고 배 고파서 천천히 갈 수가 없다. 오로지 진달래 대피소에서 사발면과 영양갱을 먹겠다는 신념 하나로 내려갔다.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다. 사람이 많다. 실내에서 먹을 수가 없다. 사발면을 들고 밖에 나왔다. 면이 다 익기도 전에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맛 있을 수가. 평소에는 먹지 않는 라면 국물도 거의 다 먹었다. 가볍게 물로 입을 헹구고 바로 내려왔다. 엄청 빨리 내려왔다. 내려오다보니 배 고프다. 영양갱을 마저 먹었다.

성판악이 이렇게 멀었나?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다. 젠장. 이 상황을 알았더라면 산을 안 탔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하산하면 바로 시내가서 삼겹살 먹을 생각으로 부지런히 걸었다.

하산 완료. 버스를 타고 중앙로터리로 향했다. 동문로터리에도 먹을 게 있지 않을까 싶어 내렸다. 식당을 찾는 중에 바로 앞에 보이는 서귀포중학교에 대통령 보궐선거 투표소가 있다. 잘 됐다. 여기서 관외자 투표를 했다.
나는 당연히 1번 문제인을 찍었다. 선관위가 못 미더워 선에 닿지 않게 아주 이쁘게 잘 찍었다. 지금은 당선된 지 한 달을 넘기고 전례없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지만, 이 때는 그래도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투표를 했다.

투표를 마치고 났더니 점심시간도 아니고 저녁시간도 아니다. 오늘 묵을 행복나무 게스트하우스에 전화해보니 사람이 없어서 바베큐파티가 없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가야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맛있는 고기집을 찾기로 했다. 걷다걷다 보니 서귀포 중앙동 우체국 근처에 있는 모이세 해장국집으로 가게 됐다. 사실 이 시간에 먹을 만한 삼겹살 집이 그리 많지 않았다. 메뉴판을 보니 제주 흑돼지 1인분이 무려 2만원이다. 다른 거 먹을까 생각했지만 진짜 제주도 흑돼지라 비싼 거라며 정말 맛있다고 하길래 그냥 먹기로 했다. 냄새 안나고 안 질겨서 먹기 좋긴 했지만 2만원 어치 값어치를 하는 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공기밥과 같이 나온 장국이 정말 맛있었다.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서 한 그릇 먹고 또 먹었다. 다른 밑반찬들도 먹어보니 일단 음식 솜씨가 있는 분이다. 이 식당에서는 왠만한 건 다 맛있을 듯.

오늘, 내일 묵을 숙소인 행복나무 게스트하우스는 처음 가보는 지역이다. 서귀포시외버스정류장에서 거의 한 시간 반을 달려야 갈 수 있다. 그렇게 빨리 달렸는데 한 시간 반 거리면 정말 먼 거리다. 한참 졸다가 깼다. 버스가 엄청 빨리 달리기 때문에 내일 즈음에는 정류장을 지나치지 않기 위해 긴장해야 했다. 정류장에 내리니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지도를 봤는데 방향을 모르겠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데 숙소 주인분에게 전화가 왔다. 알려준 방향대로 찾아갔다.

숙소는 깨끗했다. 인테리어를 보니 여간 신경써서 만든 게 아니다. 2010년 이래로 이런 저런 게스트하우스를 다녀봤는데 여기가 제일 이쁘다. 도미토리인데 손님이 별로 없어서 4인용방을 혼자 쓰게 됐다. 한라산을 다녀와서 빨래거리가 있는데 마침 잘 됐다. 씻고 빨래하고 나서 마사지 기계로 다리 마시지를 했다. 오랜만에 등산이라 종아리 근육이 뭉쳤다. 너무 피곤해서 푹 잠들고 싶었는데 경상도에서 온 아저씨 둘이 치맥을 시켜먹으며 계속 떠든다. 거슬린다.

2014년 새해 제주여행(3)

2014년 1월 3일

새벽 6시쯤 일어났다. 근처에 풍경 좋은 목장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많이 쌀쌀했지만 그 정도 쯤이야. 가로등도 안켜진 좁은 도로를 가니 무섭다. 입구에 갔더니 쇠사슬로 잠겨져있다. 어제 얘기로는 이곳이 많은데… 문 안잠겨있다고 했는데…

아쉽지만 무서워서 바로 돌와왔다. 그동안의 피로때문인지 20여분간 잠을 잘 잤다. 사실 사려니숲길 예약만 안했으면 더 자고 싶었다.

어쨌든 준비를 마치고 사려니 숲길로 갔다. 어제 같이 저녁을 먹은 여성분 2명과 함께.

그런데 한 분은 시간상 금방 돌아가야하고, 다른 한 분도 다른 곳을 가야했기에 30분만 함께 걷고 이후로는 나 혼자 걸었다. 좀 지루하긴 하지만 혼자 걷는 재미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 곳은 울창할 때 오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사려니숲길 나올때까지 들었다. 삼나무숲길에 이르자 이제 좀 볼만하다. 바람을 막기 위해 많이 심었다는데 어두울 때 오면 좀 무겁겠더라. 빨리 걸었는데도 2시간 40분이나 걸렸다. 물영아리오름가는 시간이 애매하다. 10분을 넘게 기다려도 버스가 안와서 포기했다. 봄에 가보기로 했다.

물영아리오름을 안가니 시간이 여유가 생겼다. 택시를 타고 한라봉을 사러 갔다. 가게 사장님 말씀이 맞은 편 있는 아파트단지가 서울 강남같은 곳이라고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이 사간다고 한단다. 3kg에 10만원하는 품종도 있다. 여기서 황금향이나 레드향같은 신품종도 많이 봤다. 지금은 황금향이 제일 맛있을 때라고 해서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다.

집에 한라봉 한 상자, 황금향 한 상자를 택배로 주문하고 내가 먹을 건 직접 들고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택시비에 보태라고 2,000원을 주신다. 차 없이 오는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택시비를 준다고 하신다.

뼈다귀감자탕 한 그릇 먹고 편하게 공항에 도착했다.

첫날을 영 꽝이었지만, 어떻게든 재밌게 놀 생각으로 지내다보니 나름 괜찮은 여행이 되었다. 비록 첫날 비행기값으로 123,100원을 날렸지만… 이것으로 2014년 새해 일출보기 제주도여행은 끝.

덧)  이제는 비행기 탈 때 등산스틱을 들고 타도 된다고 한다. 언제 바꼈지…?

2014년 새해 제주여행(2)

2014년 1월 2일

밤에 제대로 못잤다. 나무로 된 2층 침실이 6개 있는, 12인용 방인데, 세 명이 코를 곤다. 전날 밤 11시 반에 깨서 여태까지 등산하고 여기저기 쏘다니느라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안온다. 간신히 한두시간 눈이나 붙인 듯.

오늘은 한화아쿠아플래닛 구경하고 섭지코지에 가보기로 했다. 1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타고 성산농협에 내렸다.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콜택시를 타고 아쿠아플래닛에 갔다. 전망이 기가막힌 곳에 큼지막하게 만들어놓았다. 시작부터 신기한 물고기들이 보인다. 도마뱀과 거북이도 있고 펭귄도 있다. 한 시간 넘게 관람하고 나서 싱크로나이즈 공연 등을 봤다. 바다코끼리와 시민이 함께 하는 공연도 있었는데, 바다코끼리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돌발행동을 해서 조련사들이 많이 놀란 것 같다. 많이 놀랐다기 보다는 “나중에 팀장님한테 혼나겠다” 이런 느낌이 들었다.

좀 아쉽긴 했지만 나름 괜찮았다. 좀 짧다고 느낀 사람도 있다.

아쿠아플래닛을 나와서 해안가를 걸었다. 섭지코지까지 거리가 꽤 되는 줄 알았는데 금방이다. 여기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사람 천지다. 나중에 무지무지 추워서 밖에 나갈 엄두가 안나는 날씨에 다시 와보고 싶다. 나 혼자 구경하게.

콜택시를 타고 다시 성산농협에 갔다. 다행히 1시간마다 다니는 버스를 놓치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왔는데 좀 허전하다. 근처를 조금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날씨는 좋았지만 하늘이 쾌청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온통 전봇대와 전기줄이 있어서 좋은 사진 찍기는 글렀다.

밥을 먹으러 갔는데 칼국수집이 또 문을 닫았다. 같이 삼겹살먹을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중 여성 2명을 만나서 같이 제주오겹살을 먹었다. 그 식당에는 감귤막걸리도 파는데, 아가씨 둘이서 한 병을 마셨다. 색깔이 진한 파인애플 쿨피스같다. 나는 술을 끊어서 안마셨다. 이럴 때 맛이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뭐 그렇게까지 마시고 싶진 않다.

숙소에 돌아와서 다른 여행객들과 얘기를 나누다 내일 여행갈 곳을 결정했다. 사려니숲길! 말만 많이 듣고 가보지 못한 곳. 이곳을 둘러보고 스탭이 추천해준 물영아리오름도 가보기로 했다. 영화 늑대소년 촬영지였다는데, 여기도 한 번 가봐야겠다. 그리고 한라봉을 살만한 가게를 추천받았다. 내일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한라봉도 사야한다.

2014년 새해 제주여행(1)

2014년에는 한라산에서 새해일출을 보고 싶어져서 10월말 비행기티켓을 예매했다. 그런데 2014년이 다가오자 귀찮아졌다. 그다지 보고싶지 않았다. 새해일출을 안볼거면 굳이 제주도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 공부도 너무 잘 되고 있어서…

2013년 12월 31일. 그래도 한 번도 안해봤으니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처음 예정대로 가기로 했다. 그닥 땡기지 않은 여행이어서일까? 공항에 늦게 도착했다. 비행기 떠날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다. 어차피 이것저것 예매한 게 많아서 지금 취소해도 7만원이 날아간다. 급하게 편도 티켓을 구입해서 제주도에 갔다.

공항에서 예하게스트하우스로 가는 버스가 20분이나 안온다. 택시탈까 고민하다가 비행기값을 생각해서 기다렸다. 예하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이 많이 오는 게스트하우스인데, 작년부터 중국인들이 많이 늘었다. 대게 서양인이 많았는데 중국인이, 그것도 단체로 와버려서 좀 시끄럽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스트하우스다.

도미토리에 가니 33살 경상도 사람과 미국에서 온 23살 엔지니어가 있었다. 내 차림을 보고 내일 등산할 거냐고 묻는다. 일출보러 가려고 했는데 좀 귀찮아져서 고민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인이 산낙지를 먹고 싶다고해서 같이 산낙지식당에 갔다. 미국인이 산낙지를 우리보다 잘 먹는다. 토막친 산낙지를 보니 좀 실망한 눈치다. 이 친구는 한마리를 통째로 젓가락에 돌돌 말아 먹으려고 했는데, 토막난 걸 보니 먹는 재미는 없는 모양이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서 등산 일정을 결정해야 했다. 다른 방에 묵는 아저씨가 새벽에 성판악으로 가신다길래 나도 그 때 가기로 했다. 새벽 1시 반에 출발하려면 잠을 자두어야 하는데 미국인 친구와 얘기하다보니 9시가 넘었다. 안되는 영어로 하려니 좀 답답하긴 했는데, 이 친구가 센스가 있어서 꽤 많은 얘기를 했다. 내 평생 외국인과 가장 많은 대화를 했다.

9시 반에 잠들었다가 11시 반에 깼다. 잠이 안온다. 새해 카운트다운이나 하려고 로비에 갔더니 미국인 친구를 포함해서 10명쯤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창하게 카운트하나 기대했는데, 연기대상 시상식 중에 잠시 카운트다운 하는 거 보고 같이 박수쳤다. 좀 더 자고 싶어서 다시 올라갔지만 배고파서 다시 내려왔다. 가져간 인스턴트 팥죽을 먹고 얘기하다보니 어느 덧 1시다. 짐을 가져와서 로비에서 등산 준비를 했다.

1시 반. 택시타고 성판악으로 출발. 2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차들이 길가에 세워져있었다. 사람이 꽤 많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하니 사람이 더 많아보인다. 길은 좁아지고, 사람은 더 많이지는 거 같고.

진달래대피소에 4시 40분에 도착했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잠시 정비를 하고 5시 40분쯤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다. 너무너무 많다. 느린 사람을 좁 앞질러 가서 간신히 일출 전에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너무 춥다. 내 평생 가장 쎈 바람이 눈으로 나를 할퀴는 느낌이다. 눈을 뜨기도 힘들다. 그리고 아저씨도 놓쳤다. 또 나중에 기록을 보기 위해 아이폰에 트래킹 로그 앱을 실행시켰는데 배터리가 다 되서 아이폰이 꺼져있었다. 날씨가 너무 춥고, 산이라 신호잡느라 배터리소모가 많았나보다. 결국 7시 30분에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찮다. 사람이 너무 많다. 너무 너무 많다. 게다가 내려가는 길에 다행히 구름 사이로 해가 뜨면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길이 막힌다. 나도 몇 컷 찍었지만 이번 일출 등산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사람들을 피해 부지런히 내려갔음에도 10시 반이 되어서야 성판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5월달에는 6시간, 2월달에는 7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9시간이나 걸렸다. 다시는 새해에 일출보러 여기까지 오지 말아야지.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김치찌개 한 그릇을 먹고 러브랜드로 갔다. 혼자 온 사람은 나 밖에 없었지만 나름 재밌게 구경하고 잘 놀았다. 성인용품 전시된 것 보고 많이 웃었다. 대박이다. 판매도 한다. 사고싶었지만…;;;

러브랜드에서 나와서 근처에 있는 넥슨컴퓨터박물관에 갔다. 1층에는 세계에 6대 밖에 없다는 작동하는 애플I 도 있고, 애플에서 제대로 만든 컴퓨터인 애플II도 있다. 여기에는 스티브 워즈니악이 사인을 했다. 박물관 만들면서 고증받기 위해 초청했을 때 사인을 해주었다고 한다. 2층부터는 오락실이 있다. 80년대 일본에서 만든 각종 게임기들이 있다. 무료로 실컷 할 수 있다. 동작인식을 하는 최신 게임도 있다. 꼬꼬마들이 많아서 나는 두어개만 하고 나왔다. 일행이 있었으면 레스토랑에도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어렵게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예약한 한라산게스트하우스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첫날과 둘째날은 이렇게 정신없이 지나갔다.

헤이리

헤이리에 다녀왔다. 날씨가 너무 무덥다. 햇볕은 무서울 정도다. 그래도 마음 내킬 때, 시간이 허락할 때 지체없이 다녀오기로 했다.

합정역에서 2200번 버스를 타고 갔다. 말로만 듣던 파주 출판단지를 지나 헤이리 4번 출구에서 내렸다.

날씨가 너무 더운데, 여긴 편의점이 안보인다. 오른쪽은 볼 게 많아보여서 왼쪽부터 걸으며 돌아봤다. 왼쪽길로 걷다보니 더 길이 없다.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오다보니 멀리 아까 들어섰던 4번 게이트가 보인다.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얼마 전 어머니한테 물어보니 나는 어렸을 때에도 조용하게 혼자 놀았다고 한다. 보통 애들처럼 소리지르고 뛰고 하지 않았다는데, 난 이렇게 신나게 노는 애들이 참 이쁘다.(물론 여기가 도서관이나 버스 안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상가가 있는 건물에 들어서 사진도 찍고 음료수도 사먹었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기는 한데, 아이들 빼고는 그닥 활동적인 곳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그냥 한 번 바람이나 쐴 겸 오는 곳 정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보니 배가 고파서 피자를 먹으려 갔더니 반죽이 떨어져서 몇 시간 있어야 한다고… 안내장만 붙여놓고 아예 문을 닫았다.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손님이 하나도 없는 카페에 갔다. 샌드위치와 주스를 주문했는데 11,500원이 나왔다. 무지하게 비싸다. 사실 그 카페에 간 이유는 내부에 특이한 전시물들이 있어서인데, 사진촬영은 안된다고 한다. 후회막급. 그런 주의사항은 카페 입구에다가 좀 써붙여놓지.

느긋하게 허기를 달래고 나서 다시 이곳저곳 걸어다녔다. 다른 곳이라면 참 특이하고 이쁜 건물이었을텐데 헤이리는 또 그런 건물들이 수두룩하다. 유행인가보다. 건물에 대한 흥미도 사라졌다. 애인이랑 스킨십하러 갈 거 아니면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나 싶다.

좋은 점 하나는 한길출판사와 북하우스에 가면 많은 책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책 좋아하는 분들은 이 두 곳은 가볼만 할 것이다.

 

 

경기도 화성 용주사

지난 11월 1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용주사에 다녀왔다. 병점역 뒤편으로 가면 용주사로 가는 마을버스가 많이 있다. 광역버스인 1551번도 간다.

보통 사찰은 산중에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용주사는 버스도 많은 편이고,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기 때문에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입구부터 멋들어진 나무가 있다. 단풍이 기가 막히게 들었다.

입장료 1,500원을 내고 들어가면 바로 왼쪽으로 효행박물관이 있다. 원래 이 터에는 신라시절에 지어진 유명한 사찰이 있었다고 하는데 소실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보경스님으로부터 부모은중경을 감동하여 이 절을 지었다고 한다.

아버지인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이 깊었던 정조였기에 이 절에 부모은중경을 직접 하사하기도 했다. 효행박물관에 들어가면 목판, 동판, 석판으로 된 부모은중경을 볼 수 있다(사진촬영은 금지). 동판은 매우 희귀한 경우라고 한다.

그리고 부모은중경이어서 한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양면에 걸친 그림이 그려졌다. 목판의 그림은 조선 후기 최고의 화가 김홍도가 참여했다고 한다.

정조 대왕과 관련한 이야기 외에는 별다른 특징은 없다.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경치가 빼어난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참 매력있는 절이다. 아기자기하면서 있을 건 다 있다.

날씨가 너무 춥지만 않았더라면 좀 더 오래 살펴보고 왔을텐데… 게다가 중국에서 단체여행객도 와서 조금 어수선했다.

용주사 맞은 편에는 템플스테이하는 곳이 있다. 궁금하긴 했는데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보인다. 이 왼쪽으로 효행박물관이 있다.

 

5층 석탑이 있는 곳.

 

풍경. 날씨는 추웠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풍경 소리는 못들었다.

화성행궁 & 수원화성

어제 서울을 다녀왔다. 날씨가 너무 좋다. 파란 하늘에 선선한 바람. 동요가사에 나오는 하늘이다.

등산은 가고싶지만 왠지 몸이 무겁다. 그래, 수원 화성에 가보자.

어젯밤 알고지내던 동생에게 전화가 왔는데 한 번 만나자길래 같이 가기로 했다.

일요일 11시쯤 수원행궁 앞에 도착하니 안내방송이 들린다. 머리를 돌려보니 사람들이무언가를 둘러쌓고 있다.

무예를 선보인다. 멋있다. 땡볕인데도 불구하고 위아래 모두 긴 옷을 입었다. 게다가 그 위에 갑옷까지!
한 분은 상대와 합을 맞추면서도 계속 이마의 땀을 훔치고 있다.

처음부터 보지 못해서, 그리고 앞에 서 있는 시민들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못찍어서 아쉽다. 다음에는 시간 맞춰서 맨 앞에서 다시 봐야지.

입장권(성인 1인  1,500원)을 사서 행궁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가보니 집사청이 나온다.

한복을 차려입은 꽃띠 아가씨들이 있다. 고등학생으로 보인다. 자원봉사인가? 보고싶었지만 볼 수 없었다. 아, 쑥스…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입구가 막혀있다. 북군영 앞. 막혀있어서 잠시 살펴보는 중 스탬프를 발견했다. 종이가 없어 다이어리에 찍었다. 같이 간 동생은 종이를 빌리러 좌익문 입구 안내소에 갔다. 아, 스탬프 찍는 종이를 따로 파는구나… 얇은 한지에 10개의 스탬프를 찍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500원. 하지만 앞뒤로 찍다보면 잉크가 비쳐 엉망진창이 되버린다. 각자 미리 적당한 종이를 가져가는 게 낫다.

그 후부터는 행궁 내를 돌며 스탬프 찍는 곳을 찾아다녔다. 10개중에 9개를 찍었다. 아쉽게도 하나를 못찾았다.

장금이를 여기서도 촬영했나보다. 행궁 내 곳곳에 장금이 모형이 있다. 특히 수랏간이 있는 복내당으로 가니 어린 생각시 시절의 장금이부터 최고상궁이 된 장금이까지의 모습을 마네킹으로 만들어 놓았다. 밤에 보면 무서울 듯.

행궁 구경을 마치니 1시가 다 되어간다. 땡볕에 한 시간 가까이 걸어다니니 갈증이 심하다. 근처 카페에 갔다.이 카페는 미숫가루를 판다. 얼음을 둥둥 띄운 미숫가루를 마시며 잠시 더위를 식혔다.

수원화성은 행궁 바로 옆의 주차장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멋진 정자가 있다. 사실은 정자가 아니라 서장대이다. 전시에 군사지휘소 기능을 하는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위엄이 있어보인다.

서포루 쪽으로 가니 매표소가 보인다. 입장료 1,000원이다. 여기는 입장권이 아니라, 스티커를 준다. 스티커를 잘 보이는 곳에 붙이라고 한다. 왜 그런지는 팔달문을 지날 때쯤에야 알았다. 서남각루를 지나 남치쪽으로 내려갔다. 이 밑으로는 차들이 다니는 도로다. 안내소에 물어보니 팔달문시장 너머 지동시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지동시장은 대전 중앙시장처럼 많은 재래시장들이 모여있는 시장통이다. 대전 중앙시장보다 시장 내부가 더 크고 밝은 느낌이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고 동남각루로 올랐다. 어르신들이 쉬고 계신다. 수원시민은 좋겠다. 이렇게 멋진 산성이 있으니 말이다. 수원 화성의 누각마다 이렇게 들어가 쉴 수 있다. 멋지다.

동북포루에 오르니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오신 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정조와 정순왕후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정약용이 어떤 방법으로 화성을 얼마만에 지었는지 설명해 준다. 거중기를 이용해서 굉장히 짧은 기간안에 지은 것은 알고 있었는데 2년 9개월 만에 지은 지는 몰랐다. 정약용은 정말 천재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업적을 더 쌓을 수 있었던 사람인데 너무 아쉽다. 우리가 일제에 침략당하는 것이 이로부터 불과 100년도 안되는 시기이니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계속 경치를 구경할 수가 없었다. 초딩들이 단체로 올라왔기 때문에… 내려가서 얼마간 걸으니 저 앞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누각이 보인다. 동북각루다. 방화수류정이라고도 하는데, 밑에 수원천이 한 바퀴 돌아가는 멋있는 누각이다. 근데 왜 이렇게 여기만 사람이 많은가 했더니 여기는 입장권 검사를 안한다.

게다가 주택가와 가까운데다 밑에는 하천이 흐르고, 멀리 산이 보이니 화성 구간에서 가장 쉬워가기가 좋다. 우리도 신발을 벗고 잠시 들어가 쉬었다. 그늘과 바람이 있으니 살 것 같다. 여름에 시원한 수박 한 통 가져와 먹으면 참 좋겠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장안문이 나온다. 임금이 화성행궁으로 행차할 때 들어오는 문이라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입장권(스티커)를 검사한다. 내 얼굴을 보더니 일본어로 설명을 해준다. 와따시… 한쿡사람 맞스므니다. ㅜㅜ 네팔은 그렇다쳐도 한국에서도 일본인으로 오해를 받을 줄이야;;;

같이 간 동생이 바로 마루에 눕는다. 또 쉬잖다. 여기는 햇볕을 잘 막아 어두컴컴하고 아주 시원하다. 대낮인데도 이 정도인데, 조금만 해가 지면 으슥하겠다.

오래 쉬었다. 남은 길을 마저 걷기로 한다. 바로 앞에 화성열차가 보인다. 타고싶다. 하지만 조금만 가면 도착이다.

30분이 채 안되어 서장대에 도착했다. 드디어 한 바퀴를 돌았다. 세 시간이 조금 안걸렸다.

 

걷기도 좋고 수원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도 있고, 한국의 전통건축물,그것도 유네스코 문화재를 볼 수도 있어서 그런지 외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중국인과 일본인.

땡볕에 더위를 제대로 먹었지만 여기 오기를 정말 잘했다.

수원 행궁은 1990년대에 복원을 해서 그런지 고풍스런 멋은 없지만 조선의 건축물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다산 선생이 지은(?) 수원 화성은 오래전부터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직접 발로 걸으며 볼 수 있어서 역시 좋았다. 수원에서 12대째 살고 계시다는 한 할아버님의 설명에 의하면 박정희 시절 수원 화성을 복원하다며 시멘트로 쳐발라 공사를 했다고 한다. 본인이나 수원화성을 아끼는 분들은 이런 건 절대 복원이 아니라며 화를 내시는데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기와가 있어야 할 곳에 회색 시멘트가 ‘곱게’ 발라져있다.

일제시대때 훼손당하고 한국전쟁때 훼손을 당해 다산선생이 만든 시절의 것을 볼 순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100년 후 후손들에겐 이거라도 제대로 남겨주자.

4박 5일 제주 여행 짤막하게 요약

1. 회사일 때문에 날짜를 확정짓기가 애매한 상황. 결국 비행 하루전날 상황이 벌어졌으나 별 일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일단 휴가를 떠났다.

2. 바쁘고, 두 번이나 연기됐기에 여행준비를 전혀 못했다. 성수기인데 바로 전날 간신히 방을 잡았다.

3. 제주공항에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야될지 모르겠다. 게스트하우스 픽업은 오후 4시부터. 일단 근처에 둘러볼 만한 곳을 찾아봤다. 버스타고 삼성혈로 갔다. 별로 볼 게 없다. 버스타고 오는 길에 본 관덕정으로 갔다. 볼 거 없어보여 입장도 안했다. 30분 정도 버스를 기다려 한라수목원까지 갔다. 버스로 한 시간 가량 걸린다. 입장료가 없어 얼쑤~ 했는데 별로 볼 게 없다.

4. 오후 5시. 게스트하우스에 갔다. 만석이다. 바베큐파티를 했다. 하루종일 토스트와 음료수로 때웠기에 배가 많이 고팠다. 양 많다고 하더니 많기는 개뿔… 게다가 상추도 깻잎도 시들시들. 그래도 같이 식사한 사람들 덕분에 기분좋게 먹었다.

5. 이튿날. 오늘은 흑돼지쇼를 보러 가기로했다.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 잘 모르면 모른다고 하던가. 터미널에서 잘못 알려준 덕분에 한참을 헤매다 결국 택시타고 휴애리자연휴양공원에 도착. 입장료가 비싸지만 만족스러웠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흑돼지쇼도 괜찮았다. 아마 당근주면서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는 어린아이들이 없었으면 정말 재미없었을 뻔 했다.

6. 비말칼국수를 먹으러 모슬포항으로 이동했다. 참 썰렁한 동네. 모슬포항은 꽤 유명한 항구아닌가? 아무튼 비말칼국수 먹으러 갔는데 1인분은 안된다고… 30분이나 걸린다고… ㅜㅜ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별 수 있나.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같이 주문했을텐데 이미 온 두 팀은 잘 먹고 있었다. 뭐 이것만 음식인가? 모슬포항에서 실컷 사진찍고, 근처 게스트하우스로 이동.

7. 외부에서 볼 때는 전망도 좋고 건물도 멋진데, 내부는 그다지… 특히 남자 화장실은…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긴 하지만, 2층은 나름 괜찮은 분위기. 공용PC가 없다는 게 큰 에러. 경치만은 작년과 올해 다녀본 게스트 하우스중에 최고였다.

8. 다음날. 오늘은 어딜가지? 전혀 모르겠다. 일단 서귀포월드컵경기장까지 갔다. 가는 동안 돈내코코스로 등산이나 가기로 했다. 날씨가 개판이다. 전화해보니 다른 코스로 가거나 다음에 오라고 한다. 포기했다. 관광지도를 보니 중문관광단지에 여미지식물원이 있다. 버스타고 이동. 여미지식물원 가는 길에 초콜렛박물관이 있어 들렀다. 지하 1층에서 초콜렛 만드는 걸 해봤다. 11,000원. 비싸지만 재밌었다. 아주 이쁘게 잘 나왔다. 만족스럽다. ^^

9. 여미지식물원. 아주 맘에 든다. 아주 맘에 든다.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았고, 특히 제일 이쁜 정원인 이태리와 프랑스 정원쪽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공간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쓸쓸하려고 했는데 많이 회복. 원기충전.

10. 편의점에서 대충 배를 채우고, 근처 게스트하우스로 걸어갔다. 항공사진으로 보니 걸어가도 충분하다. 아주 잘 꾸며진 게스트하우스. 내부 시설도 만족스럽다.

11. 저녁부터 바람이 매우 거세다. 엄청나다. 이 와중에 가족단위로 온 손님들이 밖에서 바베큐파티를 한다. 저녁 8시. 도미토리 손님 남자 4이서 바베큐파티를 했다. 음식은 충분했다. 잘 먹었다. 하지만 내일 날씨가 걱정된다. 밤 9시 반쯤 되자 단체로 손님이 온다. 젠장. 편히 쉴려고 했는데… 단체면 옆에 콘도도 있는데… 하지만 좋은 분들이고 애들로 시끄러게 안해서 다행이었다.

12. 늦은 밤. 비바람이 거세다. 혹시 몰라 내일 모레표를 알아봤으나 이미 한 장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

13. 다음날. 육지로 가야할 날이다. 젠장. 엄청난 비바람이다. 꼼짝도 못하겠다. 자전거여행중인 20살 청년들은 길을 나섰다. 나도 11시 반쯤이 되어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일단 공항에 가봐야겠다. 중문관광단지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공항에 도착. 사람이 엄청나다. 길게 줄을 선 끝에 일단 내일 모레표를 예약해 두었다.

14. 급하게 시내 인근 게스트하우스에 방을 구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엄청난 비 덕분에 잠깐 뛰었는데도 비를 엄청 맞았다. 후다닥 씻고 빨래를 했다.

15. 1층에서 티비보며 책도 읽고 여행정리로 하고 있었다. 한 아가씨가 맞은 편에 앉았다.컵라면을 내려놓는다. 혹시 먹는데 민망해할까봐 자리를 피해주려고 했다. 방울토마토가 보인다. 먹고 싶다.ㅜㅜ 어디서 샀냐고 물어봤더니 마트에 다녀왔다고… 아까 카운터에 물어보던 그 아가씨구나… 나더러 같이 먹으라고 하신다. ㅜㅜ 가…감사합니다…ㅜㅜ 게다가 얼굴도 이쁘고 목소리도 이쁘고 몸매도… 몸매는 자세히 안봤네… 하긴, 어떻게 자세히 봐… ㅋㅋㅋ 아무튼 김옥빈을 닮은, 게다가 좀 더 귀여운 25살 아가씨. 감사합니다 ㅜㅜ

16. 컵라면 먹고 입가심하시라고 작은 음료수를 사서 건냈다. 옆에 앉은 어떤 여자분에게도 음료수를 건냈다. 셋이 앉아있는데 두 명만 먹기가 뭐해서… 그래서 셋이 대화를 나눴다. 이쁜 아가씨는 혼자 왔고, 옆에 나보다 대여섯살 많아보이는 여자분은 동생과 함께 오셨다고… 이쁜 여자들이 의외로 혼자 많이 놀러댕기는 것 같다. 이쁜 걸 알기 때문일까? 아무튼 셋이 잠깐은 화기애애, 잠깐은 서먹서먹하면서 얘기나누다가 나이좀 있는 여자분의 동생이 왔다. 대전분이라고. 치킨을 좋아하는데 배가 고프다고 시켜먹잖다. 나도 치킨을 좋아하기에 냉큼 콜. BBQ에 전화를 했으나 배달을 못한다고… 다른 두 곳에 전화했으나 아예 영업을 안한다. 날씨가 워낙 안좋기에… 내가 사오기로 했다. 엄청난 비바람속에 치킨을 사왔다. 여자3, 남자1가 치킨 두 마리를 먹기는 무리였나? 거의 한 마리 가까이 남겼다. 아까웠지만 맛있게 먹었으니 됐다.

17. 11시 반까지 제주도 여행한 얘기, 여행할 얘기, 추천하는 곳, 게스트하우스 얘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이만 방에 가기로 했다. 이쁜 아가씨와 단둘이 오붓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난 그런 재주도(제주도? ㅋㅋ)없고, 그런 운도 없고, 그런 팔자도 없다.

18. 다음날. 5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전쟁이 났나? 개판이다. 특히 제주항공.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어마어마하다. 나보다 몇 번 앞에 딸 2이 있는 가족이 있다. 딸들이 이쁘다. 특히 첫째딸. 난 동생인줄 알았는데 언니라네. 아무튼 이쁘다. 짜증나는 상황이지만 짜증도 안났고 맨날 티비에서만 보던 거라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는 아저씨들 덕분에 웃으며 기다렸다.

19. 5시간동안 서서 대기표를 받았다. 338번. 오후 3시 반쯤에 오란다. 일단 배부터 채워야겠는데 공항안에서는 해결하기가 힘들다. 특히 나같은 홀로여행객은…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호박죽을 먹었다. 무슨 호박죽이 7,000원이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먹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 아침보단 조금 줄었다. 그래봤자 여전히 개판 5분전. 조금 달라졌다면 여기저기 박스깔고 누운 사람이 꽤 있다는 거. 근데 제주공항은 여전히 대책이 없다. 부산항공이나 다른 저가항공사와 비교해도 일을 참 못한다. 몇몇 분들이 크게 항의하신다. 기운이 넘치는 한 아저씨는 기자를 불러오겠다고…

20. 특별기 한 대가 투입된단다. 대기번호 200번까지는 이거 타고 인천공항으로…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단다. 아무튼 그래서 150명 가량이 빠졌다. 내 앞으로 대기자가 아직도 100명 가까이 남았다.

21. 저녁 7시 45분에 다음 김포행 대기자를 발표하겠다고 한다. 일단 화장실가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7시 45분. 젠장. 비행기 연착됐다고 8시 5분쯤에 다시 오란다. 배가 너무 고프다. 롯데리아에 가서 불고기스페셜세트로 저녁을 때웠다. 8시 5분. 대기자를 발표한다. 나까지는 아직 멀었다. 8시 45분이 지나자 슬슬 희망이 보인다. 특히 아침부터 같이 얘기했던 39살의 누님이 9시 비행기 남은 거 30장 정도 된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9시 1분. 드디어 338번이다! ㅜㅜ 얼른 게이트로 뛰어가란다. 아침부터 기다렸던 몇몇 분이 보인다. 이젠 진짜로 웃으며 얘기를 나눴다. 다시는 제주항공 이용 안할거라는 얘기와 함께…

22. 저가항공사는 혼자 기상상황이 좋은 상태에서는 저렴하게 이용하는 것도 괜찮지만, 이런 태풍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은.

23. 제주항공이 실망스러운 이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혼란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납득할만한 사후처리가 매우 미흡했다는 점이다. 바로 옆의 이스타항공같은 경우 직원이 직접 나와서 설명해주고 하는데, 제주공항은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안에서 얘기만 하고, 적절한 대책도 없고, 직원마다 말도 다르고. 아무튼 저가항공사라서 문제라기 보다는 제주항공의 문제랄 수밖에…

24. 지지리 복도 없는 여행이 되었지만 느낀바가 많다. 특히 여행에 대한 마음가짐이랄까? 그래서 기분이 좋다. 공항에서 13시간 동안 서서 기다리면서도 화도 안나도 짜증도 안났던 건(저녁 7시가 넘어가자 좀 지치긴 했다) 아마 내 마음이 좀 더 여유로와지고 무언가 하나 깨달은 게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25. 그런 점에서 이번 제주 여행은 개판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있을 내 모든 여행에서 즐거움을 찾아 느낄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기회가 된 시간이기도 하다. 두 번 다신 하고 싶진 않은 경험이었지만 잘 마무리되어 만족한다. 끝~

(이쁜 여자를 많이 봐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