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봉'에 해당되는 글 1건
- 2008/09/29 설악산 공룡능선 타고 오다.
대전에서 밤 9시에 출발해 설악동 매표소 앞에 새벽 2시에 도착했습니다.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코스는 비선대 - 마등령 - 공룡능선 - 회운각 대피소 - 천불동 계곡 - 비선대. 총 거리는 매표소 입구부터 하면 20km 쯤 되는 것 같습니다. 비선대까지 거리가 생각보다 길더군요.
생각보다 너무 추워서 혼났습니다. 추위를 참고 렌턴으로 어둠을 밝히며 꾸역꾸역 올라가니 새벽 6시에 마등령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마등령에 올라온 기쁨도 잠시. 추위와 졸림이 저를 덥쳤습니다. 등산잠바에 달린 모자를 꼭 쟁겨쓰고, 장갑낀 손으로 몸을 감싼 채 웅크려 덜덜 떨었습니다. 족발 몇 점을 먹고 추위를 달래보려 했으나, 설악산 마등령 바람은 뫼섭기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ㅜ.ㅠ
커피 한 잔씩 마시며 사진도 찍고 풍경도 구경하다가 6시 40분쯤 공룡능선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기껏 올라갔나 싶으니 다시 내려가고, 쭉 내려가다보니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나고...
이런 길을 계속 걷다가 8시가 넘어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은 간단히(?) 라면. 라면 국물을 마시니 추위가 조금 가시는군요.
추위가 조금 가시니 이번엔 졸음이 엄습합니다. 저는 눈이 쉽게 피로를 느끼는데,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게 안봐도 보이더군요. 일행들이 쉴 때마다 저는 바위에 기대어 눈을 붙였습니다.
아침 시간이 지나니 반대편 쪽에서 오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설악산을 오르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습니다. 단풍이 드는 10월 초순부터는 사람이 반이라는 말을 조금 실감했습니다.
12시가 조금 넘어서인가 회운각 대피소를 200m 앞두고 잠시 쉬었습니다. 대청봉에는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제 친구가 혼자 얼른 다녀오겠다며 대청봉엘 다녀왔습니다. 설악산 대청봉은 높이가 1707.9m에 이르고, 회운각 대피소에서 왕복으로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인데, 거기를 다른 사람들이 회운각 대피소 앞에 갈 때까지 다녀온 것입니다. ㄷㄷㄷ
회운각 대피소 200m 앞에서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그 때부터는 신나게 내려왔습니다. 다만, 올라가는 길도 그랬지만, 산 전체를 암석계단으로 만들어 놓아 무릎이 아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폭포와 다양한 암석, 산의 기세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곳이 이어져, 천불동 계곡이 이름값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불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암튼 경치가 정말 너무 좋다는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물이 더 많았다면 폭포가 좀 더 멋지게 보였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조금...
암튼 천불동 계곡은 정말 최고 경치입니다. 가을이라 그런지 맑은 하늘에 시원하게 뻗친 구름도 한 몫 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시원한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잠시 피로를 풀었습니다. 물이 깨끗하긴 한데 너무 차갑더군요;;;
여기서부터는 다시 신나게(빠르게) 내려왔습니다. 다들 말없이 쭉쭉 내려왔지요. 여기는 고무를 위에 덮은 계단이 많아서 별 무리없이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비선대를 1.5km 앞둔 지점에 도착하니 오후 2시쯤. 산행 12시간째입니다. 다시 신나게 걸으며 비선대 휴게소에 도착. 뒤쳐진 일행들을 기다리며 막걸리와 묵을 먹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또 신나게 걸어서 휴게소 입구까지 도착! 14시간이 걸렸습니다.
근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하산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긴 했지만, 주차장은 정말 어린이날 놀이공원 보는 듯 싶었습니다. 산채 비빔밥이 6,000원인데, 맛은 괜찮더군요. 근데 배는 안불렀다는...옆에 누나가 자기 밥을 덜어줬는데도, 배는 안부르더라는...;;;
대청봉을 찍고 오지 못해서 조금 아쉽습니다만,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이 긴 산행 잘 마무리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도 무박 2일로 공룡능선을 타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가을의 절경들은, 비록 제가 등산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정말 최고였습니다.(하지만 우리는 다시는 설악산에 오지 않을 거라며 내려왔습니다.)

Pre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