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about "수원화성"

화성행궁 & 수원화성

어제 서울을 다녀왔다. 날씨가 너무 좋다. 파란 하늘에 선선한 바람. 동요가사에 나오는 하늘이다.

등산은 가고싶지만 왠지 몸이 무겁다. 그래, 수원 화성에 가보자.

어젯밤 알고지내던 동생에게 전화가 왔는데 한 번 만나자길래 같이 가기로 했다.

일요일 11시쯤 수원행궁 앞에 도착하니 안내방송이 들린다. 머리를 돌려보니 사람들이무언가를 둘러쌓고 있다.

무예를 선보인다. 멋있다. 땡볕인데도 불구하고 위아래 모두 긴 옷을 입었다. 게다가 그 위에 갑옷까지!
한 분은 상대와 합을 맞추면서도 계속 이마의 땀을 훔치고 있다.

처음부터 보지 못해서, 그리고 앞에 서 있는 시민들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못찍어서 아쉽다. 다음에는 시간 맞춰서 맨 앞에서 다시 봐야지.

입장권(성인 1인  1,500원)을 사서 행궁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가보니 집사청이 나온다.

한복을 차려입은 꽃띠 아가씨들이 있다. 고등학생으로 보인다. 자원봉사인가? 보고싶었지만 볼 수 없었다. 아, 쑥스…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입구가 막혀있다. 북군영 앞. 막혀있어서 잠시 살펴보는 중 스탬프를 발견했다. 종이가 없어 다이어리에 찍었다. 같이 간 동생은 종이를 빌리러 좌익문 입구 안내소에 갔다. 아, 스탬프 찍는 종이를 따로 파는구나… 얇은 한지에 10개의 스탬프를 찍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500원. 하지만 앞뒤로 찍다보면 잉크가 비쳐 엉망진창이 되버린다. 각자 미리 적당한 종이를 가져가는 게 낫다.

그 후부터는 행궁 내를 돌며 스탬프 찍는 곳을 찾아다녔다. 10개중에 9개를 찍었다. 아쉽게도 하나를 못찾았다.

장금이를 여기서도 촬영했나보다. 행궁 내 곳곳에 장금이 모형이 있다. 특히 수랏간이 있는 복내당으로 가니 어린 생각시 시절의 장금이부터 최고상궁이 된 장금이까지의 모습을 마네킹으로 만들어 놓았다. 밤에 보면 무서울 듯.

행궁 구경을 마치니 1시가 다 되어간다. 땡볕에 한 시간 가까이 걸어다니니 갈증이 심하다. 근처 카페에 갔다.이 카페는 미숫가루를 판다. 얼음을 둥둥 띄운 미숫가루를 마시며 잠시 더위를 식혔다.

수원화성은 행궁 바로 옆의 주차장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멋진 정자가 있다. 사실은 정자가 아니라 서장대이다. 전시에 군사지휘소 기능을 하는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위엄이 있어보인다.

서포루 쪽으로 가니 매표소가 보인다. 입장료 1,000원이다. 여기는 입장권이 아니라, 스티커를 준다. 스티커를 잘 보이는 곳에 붙이라고 한다. 왜 그런지는 팔달문을 지날 때쯤에야 알았다. 서남각루를 지나 남치쪽으로 내려갔다. 이 밑으로는 차들이 다니는 도로다. 안내소에 물어보니 팔달문시장 너머 지동시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지동시장은 대전 중앙시장처럼 많은 재래시장들이 모여있는 시장통이다. 대전 중앙시장보다 시장 내부가 더 크고 밝은 느낌이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고 동남각루로 올랐다. 어르신들이 쉬고 계신다. 수원시민은 좋겠다. 이렇게 멋진 산성이 있으니 말이다. 수원 화성의 누각마다 이렇게 들어가 쉴 수 있다. 멋지다.

동북포루에 오르니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오신 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정조와 정순왕후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정약용이 어떤 방법으로 화성을 얼마만에 지었는지 설명해 준다. 거중기를 이용해서 굉장히 짧은 기간안에 지은 것은 알고 있었는데 2년 9개월 만에 지은 지는 몰랐다. 정약용은 정말 천재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업적을 더 쌓을 수 있었던 사람인데 너무 아쉽다. 우리가 일제에 침략당하는 것이 이로부터 불과 100년도 안되는 시기이니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계속 경치를 구경할 수가 없었다. 초딩들이 단체로 올라왔기 때문에… 내려가서 얼마간 걸으니 저 앞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누각이 보인다. 동북각루다. 방화수류정이라고도 하는데, 밑에 수원천이 한 바퀴 돌아가는 멋있는 누각이다. 근데 왜 이렇게 여기만 사람이 많은가 했더니 여기는 입장권 검사를 안한다.

게다가 주택가와 가까운데다 밑에는 하천이 흐르고, 멀리 산이 보이니 화성 구간에서 가장 쉬워가기가 좋다. 우리도 신발을 벗고 잠시 들어가 쉬었다. 그늘과 바람이 있으니 살 것 같다. 여름에 시원한 수박 한 통 가져와 먹으면 참 좋겠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장안문이 나온다. 임금이 화성행궁으로 행차할 때 들어오는 문이라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입장권(스티커)를 검사한다. 내 얼굴을 보더니 일본어로 설명을 해준다. 와따시… 한쿡사람 맞스므니다. ㅜㅜ 네팔은 그렇다쳐도 한국에서도 일본인으로 오해를 받을 줄이야;;;

같이 간 동생이 바로 마루에 눕는다. 또 쉬잖다. 여기는 햇볕을 잘 막아 어두컴컴하고 아주 시원하다. 대낮인데도 이 정도인데, 조금만 해가 지면 으슥하겠다.

오래 쉬었다. 남은 길을 마저 걷기로 한다. 바로 앞에 화성열차가 보인다. 타고싶다. 하지만 조금만 가면 도착이다.

30분이 채 안되어 서장대에 도착했다. 드디어 한 바퀴를 돌았다. 세 시간이 조금 안걸렸다.

 

걷기도 좋고 수원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도 있고, 한국의 전통건축물,그것도 유네스코 문화재를 볼 수도 있어서 그런지 외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중국인과 일본인.

땡볕에 더위를 제대로 먹었지만 여기 오기를 정말 잘했다.

수원 행궁은 1990년대에 복원을 해서 그런지 고풍스런 멋은 없지만 조선의 건축물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다산 선생이 지은(?) 수원 화성은 오래전부터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직접 발로 걸으며 볼 수 있어서 역시 좋았다. 수원에서 12대째 살고 계시다는 한 할아버님의 설명에 의하면 박정희 시절 수원 화성을 복원하다며 시멘트로 쳐발라 공사를 했다고 한다. 본인이나 수원화성을 아끼는 분들은 이런 건 절대 복원이 아니라며 화를 내시는데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기와가 있어야 할 곳에 회색 시멘트가 ‘곱게’ 발라져있다.

일제시대때 훼손당하고 한국전쟁때 훼손을 당해 다산선생이 만든 시절의 것을 볼 순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100년 후 후손들에겐 이거라도 제대로 남겨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