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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7 03:03

지문날인...그게 그렇게 못할 짓인가?

얼마 전 "조선이나 오마이나..."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싫어요, 강제로 지문 찍지 마세요"(오마이뉴스)라는 기사 때문이었다.

그 외 자료
  고등학생, 최초로 주민등록증 발급받으며, 지문날인 거부(참세상 뉴스)

  총선 투표에서 주민등록증이 아닌 다른 신분증을 사용합시다!

먼저 밝히건데, 내가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저 기사에 나온 '학생의 지문을 강제로 채취하려는 경찰의 태도'가 아니라 '지문날인거부'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솔직히 나는 지문날인을 거부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 "지문날인 반대연대"에서 그 이유를 살펴봤다.

지문날인 반대연대 소개를 보니 맨 위에 이런 글귀가 있다.
국민은 지문날인에 대한 의무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문날인 거부로 인한 어떠한 불편이나 차별도 정당하지 않습니다.
지문날인 반대연대에서 밝히는 반대이유이다.
  1. 1968년 박정희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본군 장교출신인 박정희가 일제의 식민통치기술인 지문날인을 도입한 것이다.
  2. 만17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열손가락 지문날인 제도는 대한민국에만 유일하게 존재한다. 정부와 경찰의 주장대로 신원확인, 범죄피의자 검거를 위해 전국민의 모든 지문이 필요한 것이 결코 아니다.
  3. 지문날인제도는 그 자체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제도이며, 국가에 대한 국민의 복종을 강요하는 제도로서 마땅히 철폐되어야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여기에 대한 나의 의견은 이렇다.
  1. 나도 박정희는 (매우매우매우매우)싫어하지만, 박정희가 도입한 제도라고 해서 그 제도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2. 일단 "다른나라는 안하고 우리나라만 하니까 반대다." 라는 건 지문날인의 거부이유가 안된다.

    나는 다른 나라의 지문날인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일단 2번의 내용을 믿기로 한다. 그리고 지문날인 반대연대의 말대로 범죄피의자 검거를 위해 전국민의 모든 지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인정한다. 경찰이 피의자의 검거를 위해 지문날인을 활용한다는 면에서 지문날인을 한 모든 국민이 잠재적 피의자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기분나쁜 말이긴 하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지금은 내가 새벽 2시에 블로깅을 하고 있지만, 내일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 어떻게 "나는 평생 다른 사람한테 피해 안줄거야."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문제는 모든 일이 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장난으로 누구를 계단에서 밀었는데 죽으면...
    난 결코 그럴 뜻이 없었지만 세상일이 나처럼 되는 것이 아니고, 또 이런 사고로 죽은 사람도 뉴스에서 심상치 않게 볼 수 있다. 따라서 기분은 나쁘지만 경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범죄검거의 경우 다른 나라의 경우도 지문이 증거로서 인정될 것이다. 확인안해봐서 장담은 못하겠다.그러나 DNA만큼이나 증거의 신빙성을 장담할 만한 것으로 지문만한 것도 없다. 열손가락 지문날인을 안하는 나라에서도 결국 법정에서 지문을 증거로서 활용할 것임은 자명하다. 이 때 경찰은 피의자 뿐만 아니라 용의자들에게도 지문을 받아서 대조한 후 피의자를 가려낼 것이다. 결국 어떻게든 외국에서도 지문날인을 피의자외의 사람에게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번 이렇게 하다가는 초범잡는데 세월 다 지나가고 결국 피해자만 억울하고, 경찰은 무능하다고 욕먹을게 뻔하다. 물론 이런 걸로 "지문날인은 당연히 해야돼!"라고 주장하기엔 억지스런 면도 있지만, 우리는 'CSI:과학수사대' 속의 주인공이나 엑스트라가 아니다. 항상 드라마처럼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사고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고, 우리가 피해자가 될지 피의자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문으로 사고의 경위를 빨리 알아낸다면 좋은 것 아닌가? 또한 이렇게 신속하게 잡으면 추가범죄를 막을 수도 있다.

  3. 일단 국민의 기본적 인권침해라는 말이 와닿지가 않는다. 지문날인을 한다고 해서 나의 인격이 손상되었는가? 내 종교적 신념을 바꾸라고 강요했는가? 내가 밥을 먹는데 방해했는가?
    어떤 면에서 지문날인이 인권침해인지 구체적으로 밝혔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가에 대한 복종을 강요했다고? 나로서는 이렇게 뜬금없이 말하면 이해할만한 능력이 없다. 도대체 어디가? 몇년전부터 '국기에 대한 맹세'도 일제의 군국주의시절의 유물이라고 없애야 한다고 하는데, 지문날인하면서 동사무소 직원이 "국기에 대한 맹세하세요."라고 강요했는가? 적어도 내가 아는 바로는 그런 사람은 없었다.
나는 진보넷의 사람들 못지않게 개인의 자유를 소중히 생각한다고 장담할 수 있다. 내 뜻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것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내가 나의 자유를 소중히 생각하지만, 국가에서 군대오라고 영장보냈을 때 '올 게 왔구나.'라고생각했고 공군에 지원해서 길고 긴 병역의무를 마쳤다. 나는 나의 자유나 신념을 버리고 군대를 간 것이 아니다. 내 자유를 지키기위한 국가와의 계약이었다. 또다시 조선말기처럼 힘없이 나라를 빼앗기고 싶지 않으면 "나를 내 힘으로 내가 지키는 것이 자유를 위한 가장기본적인 길"이다. 애석하게도 아직 우리나라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으로 둘러쌓인 상황에서 주한미군없이 안보를 장담할 수가 없다.

또한 나는 개인의 인권에 대해서도 소중히 생각한다. 나는 '모래시계'나 '야인시대'같은 드라마에서 과거 군사정부와 싸우던 민중들을 보면서 눈물을 쏟는다. 나는 강풀의 26년이라는 만화를 보면서 박정희, 전두환 때려 죽일 놈들이라고 생각하며 어금니를 꽉 깨문다. 지금도 29만원으로 호화롭게 살아가는 저 놈을 지독하게 싫어한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이 전두환, 노태우를 비롯한 과거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놈들을 사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권을 지문날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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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06/07/17 08:23 address edit & del reply

    저 개인적으로는 지문날인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입니다만, 나름대로 토론을 위해서 에드님의 반대편에 서서 글을 적어 보겠습니다. ^^;
    --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 어떤 행동에 있어서 아무런 언급이 없을 때, 기본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 어떤 행동에 있어서 아무런 언급이 없을 때, 기본적으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 중에서 어떤것이 좋고 나쁘고는 저도 아직까지는 판단이 안 섭니다만, 에드님께서 언급하신 바와 같이 "지문날인" 자체가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다면, 그런 취급을 은연중에 받게 된다면 그걸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필요하겠지요. 실제로 경찰서에 가면 일선에 계시는 분들이 은근히 분위기를 몰고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스스로 당당하게 나간다면 그들 역시 태도를 고치게 됩니다만, 일단은 내가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 마냥 분위기를 잡고 시작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죠?

    범죄자 검거를 위해서라면 다양한 수사기법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DNA 검사도 있을 테고 말이죠. 굳이 지문날인 대조만이 능사는 아니겠지요.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국가가 국민을 일단 "가능성 있는 범죄자" 취급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셈입니다. 다른 합리적인 방법도 분명히 있을텐데 굳이 지문날인을 고집하는 것은 한때 중앙정부부처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뭐랄까 예전에도 계속 해왔고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냥 계속 해 나간다 라는 안이한 발상의 소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에드 2006/07/17 19:41 address edit & del

      저도 Justin님 말씀처럼 지문날인이 좋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지문날인함으로써 제 인권이 침해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모두는 고의든 우연이든 피의자가 될 수 있지않나요?
      수사기법 다양화는 필요하지만 증거로서 지문의 이용은 여전히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그런데 경찰서 형사의 강압적인 태도는 지문날인과는 별 관계가 없어보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