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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6 01:01

PHP5를 공부하는 할아버지를 읽고...

PHP5를 공부하는 할아버지를 읽고...

저 글을 읽고 2년 전 아르바이트 할 때 만난 어느 할머니가 생각난다.

신규 아파트단지에 주민이 입주하면 인터넷 셋탑박스를 설치하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단순한 아르바이트였다.
구성품은 셋탑박스 본체와 마우스가 달린 무선 키보드와 리모콘, 설명서, 케이블 등이 전부였다. s-video등으로 TV와 연결하면 인터넷을 이용해서 VOD, 쇼핑, 뉴스 등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서버는 리눅스(유닉스던가...?) 셋탑박스는 윈도우CE가 설치되어 있다.

어느 날은 설치하려고 방문했더니 백발밖에 안보이는 할머니 혼자 계셨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설치확인서에 주민등록번호를 쓸 때 1920년대인가 30년대에 태어나신 분이었다. 어쨌든 할머니를 보자마자 "아...오래 걸리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사람들은 켜는 법만 알려줘도(알려줄 것도 없다. 전원버튼 누르면 되니까) 금방 이해하기 때문에 편하지만, 어르신들은 차근차근 하나씩 꼭 필요한 서비스만 알려드려도 설명 끝내고 나갈 때쯤엔 또 물어보신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이해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답답한 젊은이보다 훨씬 이해가 빠른 분이셨다. 할머니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DOS시절부터 컴퓨터를 이용해 오셨다고 한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으시지만 예순이 넘어서 DOS를 책으로 혼자 공부해서 아래한글도 써보고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써봤다는 말씀을 들었다.

놀랍고도 언뜻 내가 우습게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할머니께 예순이 넘어서 어떻게 혼자 공부하게 되셨나고 여쭤보니, 애들도 다 크고 집에 혼자 있으니 심심해서 애들한테 컴퓨터나 사다놓으라고 해서 혼자 배우셨다는 것이다.

그 할머니를 뵙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아직도 내가 나이먹는 것에 대해 가슴 답답한 것을 다 지울 수는 없었지만, 나이먹는다고 늙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나이먹는다고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오늘 PHP5책을 읽는 할아버지에 대한 글을 보니 그 할머니가 생각난다. 표정에서 온화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할머니였다. 이름도 현대적이라서 기억했는데 2년이 넘으니 기억이 안난다.

TeX을 만들고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을 지은 Donald E. Knuth가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보면 나이 70이라고 해서 PHP5책을 읽지 못할 이유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브라보 할아버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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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PHP5를 공부하는 할아버지;;;;;

    Tracked from 언제나닷컴 2006/12/26 22:17 delete

    오늘 출근길에 제가 서 있는 앞의 좌석에 할아버지가 앉아계셨습니다... 젊게 봐 드려도 70은 족히 넘으실 듯한 분이셨는데... 당시 전 책을 읽는 터라 시선이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자연히 앞에 앉아 계신 할아버님이 들고 계신 책이 보였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알아차릴 컴퓨터책이었는데... 아 글쎄 뭔 책인고 하니 php5였습니다 -_-;; 순간 무척이나 민망하더군요.. 연세 많으신 분도 저렇게 공부하고 계신데 내 꼬라지하고는... 뭐..

  1. Hee 2006/12/26 22:18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적지 않은 나이에 더 열정적으로 사시는 분들 보면..
    존경심과 더불어 부끄러움이 일더라구요 (__)
    트랙백 감사합니다 ^^

    • 에드 2006/12/27 01:21 address edit & del

      네. 그런 분들을 보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것 자체가 큰 저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